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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위 연기자들의 디자인하다!

 

셰익스피어 생전에 지어진 원형극장은 복원을 거쳐 오늘도 그의 주옥같은 공연을 상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그로브 극장은 개방된 구조물로 특히 좌석에 앉지 않고 무대 아래 서서 볼 수 있는 관람석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 Clive Sherlock

셰익스피어 시대에 지어져 복원을 거쳐 현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야외 원형극장의 꽃은 여름 공연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고 잘 알려진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는 무대의상 디자인. 공연 무대의상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제이콥 휴즈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모든 배역의 무대의상을 총괄한 디자이너 제이콥 휴즈.그는 스트리트웨어룩을 통해 동시대의 청소년들의 의상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이들이 어떤 인물일지 고민하고 고려하면서 섬세하게 디테일을 완성해 나갔다. © Marc Brenner

제 이름은 제이콥 휴즈 Jacob Hughes입니다.나는 대학에서 연극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영국의 여러 극단을 위해 세트 디자인과 무대의상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이번에 유명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단의 2021년 여름 프로그램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영국 극단에는 인하우스 무대의상 디자이너가 없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여러 극단의 공연에 합류해 함께 작업한다. 로열 코트에서 영국음악과 유스컬처, 그리고 춤에 대한 공연의상 디자인을 맡았지만 전형적인 틀을 벗어난 좀 독특한 컨셉트였다. 그 쇼를 본 셰익스피어 글로브극단 디렉터의 제안을 받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하게 됐다.

단검으로 싸우는 장면의 연출은 특히 오늘날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목적이 컸다.공연 중 전광판을 통해 청소년 범죄는 물론 우울증, 자살 등 다양한 메시지가 방영되기도 했다. © Marc Brenner

공연 세트와 캐스팅이 결정되면 나는 그 공간 안에 살게 될 인물 캐릭터에 대한 수많은 리서치와 회의를 거쳐 그들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한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단의 무대의상 제작팀은 수준 높은 의상 제작에 능하지만 이번 공연의 콘셉트가 철저히 스트리트웨어여서 이들은 트랙슈트를 많이 제작해야 했다. 현대의상을 보여주는 무대 콘셉트는 그래서 스타일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옷과 문화를 대변하고 싶어 주로 소셜미디어, 리얼리티TV, 뮤직비디오 등을 레퍼런스로 많이 활용했다. 역사극은 시대의상 고증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려움이 있지만 나는 이번 작업 속 배역들이 현실 속에 살아 있다면 어떨까라는 전제로 접근했기 때문에 과정이 조금 다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을 맡은 평범한 동네 청소년 같은 무대의상. 특히 무대의상 디자이너 제이콥은 "그저 좋은 느낌뿐"이라는 문구가 로미오와 친구들의 불량품행에 대한 풍자 같아서 골랐다고 말했다. © Marc Brenner

줄리엣은 상당히 감성적인 인물이지만, 그녀에게 CDG 플레이 컨버스를 입혀 약간의 영리함과 귀여운 틴에이저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조사를 시작한 뒤 캐릭터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콜라주를 하면서 포토샵으로 인물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하는데 전체 캐스트가 한눈에 드러나도록 작업하면서 조화를 염두에 둔다. 타탄 Tartan 점프수트가 쿨할지 몰라도 인물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배역 얼굴에 디지털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작업하는 방식이다. 이후 디렉터와 많은 상담을 거치지만 호불호에 관한 의견부터 컬러와 주제 등 많은 것을 코스튬 부서, 셰익스피어 글로브 관계자에게 제안해 최종 의견에 도달한다. 이번 프로덕션은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보통 연극무대 의상이 복잡한 디테일을 가질 경우 테일러 등의 전문가가 합류하기도 한다. 이후 무대의상 감독관이 모든 룩을 바잉하거나 제작, 피팅하는 과정을 거친다.

밴드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가면극에서 토끼 탈을 쓴 줄리엣은 이어 여우 가면으로 바꿔 등장한다.마치 여우가 토끼를 쫓는 흐름을 표현하려 한 설정이라고 제이콥은 설명했다. © Marc Brenner

첫 리허설을 시작으로 2차례 피팅을 거쳐 8차례 무대 위 프리뷰 공연을 관람하고 세트 속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는 절차를 거친다. 캐릭터를 맡은 연기자의 피드백도 매우 중요한데, 특히 다른 배역들과 함께하는 무대 공간 안에서 연기자들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다.

검정과 빨강의 대비가 밝은 무대 의상 연출을 보여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오프닝 장면. © Marc Brenner

쇼의 주제는 분노와 사랑, 위험, 피 등으로 확연히 나뉘어 검붉은 색을 띠었다. 결론적으로는 검은색, 빨간색 그리고 화이트 컬러로 무대의상이 완성됐다. 디자인에 대한 나의 철학은 텍스처와 패턴이 컬러일수록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배역 무대의상 라인업 안에 각기 개성을 담으려 했으나 텍스처와 패턴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몽테규 부인과 캐퓰렛 부인은 둘 다 부자이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몽테규 여사는 덜 가공된 흙빛을 보여주는 카디건에 스모킹 디테일의 하이넥 드레스를 입는다. 그녀는 미술 교사 혹은 조각가가 아닐까 하고 상상했다. 반면 캐퓰렛 부인은 긴장감이 감돌고 선이 뚜렷한 룩을 입고 있다. 비싼 코트를 입었지만 몽테규 여사의 룩과는 대조적이어서 두 코스튬이 사회적 위치를 비추면서도 서로 상반된 느낌이 중요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파워 다이내믹에 대한 이야기다. 캐퓰렛은 부자에 권력도 있지만 양복을 입은 파리스 백작이 등장해 또 다른 분위기가 등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 장면 중 배역들이 청소년임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평소 입던 옷을 입고 즉흥적으로 식을 올린다는 설정으로 연출했다. © Marc Brenner

무대 위의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빨간색은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기를 바랐다. 극의 시작에는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붉은 색을 띠었으나 어느덧 모두 사라지고 캐퓰릿 가문이 슬픔에 잠기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검은 색으로 뒤덮인다. 컬러를 통해 두 단어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검은색은 분노와 죽음을 상징했다. 파티 장면이 되면 밝은 레드가 등장하고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결혼식은 붉은 꽃잎을 뿌리고 엔딩 장면은 회색 재로 끝난다.

줄리엣의 웨딩드레스는 유일한 화이트 칼라 의상이어서 그 장면에서 그녀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결혼식에서도 컨버스를 입고 있었는데 결혼식에서는 그녀가 옷장 속의 여름 드레스를 꺼내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가 주말농장에서 꽃을 꺾어 부케로 만든 줄 알고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 전반에 꽃과 꽃잎이 나오는데 줄리엣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장면 속에서 오리지널 셰익스피어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자 했다. 오필리아 Ophelia 작품의 드레스와 많이 닮았다. 멜랑콜릭한 이미지를 통해 젊은이들이 겪었을 현실적 분위기를 표현한다. 타탄에 대해 의외로 화제가 많지만 특별한 얘기 없이 줄리엣을 쿨하고 펑크나는 느낌의 틴에이저로 표현하고 싶어 고른 것이다. 타탄은 그런지 탁구룩이어서 골랐는데 그녀에게 귀엽게 어울리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제이콥은 무대 위에서 연출되는 모든 디테일에 배역의 감정을 담아 표현하려 했다.줄리엣의 침대 위 쿠션은 그녀의 음악 취향을 고려하여 고를 만큼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 Marc Brenner

이 밖에 신경 쓴 디테일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특성을 고려해 무대 첫 줄에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루이비통 슈즈의 밑바닥 붉은 부분을 돋보이게 하거나 아주 작은 글씨로 노스페이스 로고를 트랙슈트에 넣어 제작했으며 나이키, 아디다스 등 현재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로고를 검은색 작은 파우치백으로 제작한 것 등이다. 또 줄리엣의 헤어 장식 중 장미 꽃잎은 연기자가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이야기 분위기나 콘셉트를 설명하면서 적용된 디테일이다. 실제로도 모든 배역의 메이크업, 헤어, 그리고 문신까지 특정해서 적용했는데,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즌은 여름이다.겨울 동안 문을 닫은 무대는 봄을 시작으로 여름에 하이라이트 공연을 하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팬데믹을 고려해 온라인 상영 티켓을 판매했다. © John Wildgoose

무대 의상의 디자인은 패션 디자인과 다르다. 무대의상 디자이너는 배우와 공연감독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큰 차이다. 무대 의상을 창작하는 과정과 그 옷을 입은 배역의 역할에 대한 분석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다. 내가 이 연극에 대해 느끼는 것, 배역을 맡은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것을 함께 고민하면서 무대의상을 연출한다.

*이 글은 제이콥 휴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의 시각에서 재구성하였습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해외통신원의 여성해 (Oikonomos Club 디렉터) (designpress2016@naver.com) 자료제공 | Shakespeare's Globe